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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2.18 업 (2009)
  2. 2018.02.02 코코 (2017)

업 (2009)

영화 2018. 12. 18. 16:47

 

 

 

 

 

 

 

 

업 (2009), 피트 닥터

 

 

 

 

 

 

이보다 멋진 영화의 프롤로그가 있을까? 아무 대사없는 5분 남짓한 영화의 오프닝은 이 영화의 모든 내용과 모든 주인공의 행동, 감정들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 오프닝에서부터 시작된 진한 감동과 여운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청자를 무겁게 압도한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이들 부부의 일생이, 그리고 그렇게 쌓여간 추억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그리고 지나간 아쉬운 것들도 후회가 아닌 추억이라는 것을 이 장면들을 통해 말해준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자신의 추억에 집착한다. 이 추억을 추억인 상태로, 그대로 보존한 채, 자신의 여생을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주변의 공사에도, 그리고 러셀의 끊임없는 요청에도 마음을 닫은 채 엘리와의 추억을 그리며 살아간다. 최고의 오프닝을 통해 이 노인의 고집은 오히려 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그렇기에 우리는 노인의 고집을 비난하기보다는 노인의 고집에 동조하게 된다.

 

 

멋진 모험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이젠 새로운 당신의 모험을 떠나봐요! 사랑해요, 엘리.

 

 

이러한 노인의 고집은 그의 아내 엘리의 한마디로 바뀌게 된다. 늘 자신의 아내에게 즐거움을, 새로움을, 신선함을, 여행을 선물하여주지 못 하였다는 죄책감과 후회에 빠져있던 노인은, 엘리의 글귀 하나로 변하게 된다. 그와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에 아쉬움과 슬픔은 있었겠지만, 엘리는 그 추억들 모두가 멋진 모험이었음을 고백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늘에서 그의 새로운 모험을 사랑으로 응원했다. 그리고 이 마음들은 시간을 빙빙 돌아 노인이 된 주인공에게 드디어 닿게 되었다.

 

 

누군가 나를 위해 흘려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면,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아쉬움을 더는 후회하지 않도록.

시간은 기다리지 않고 우리의 지금은 순간이야,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사람들을 더는 기억하지 않도록.

 

- '일기' 가사 中. 몽니

 

 

저마다 소중한 추억을 계속해서 짊어지고 가는걸까. 추억이란 무거운 짐일까 아니면 함께 날아갈 수 있을 정도로 소중한 삶의 날개인걸까. 주인공은 추억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추억이 도착해야할 그 곳으로 가기를 집착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추억을 놓아도, 여전히 추억은 그의 마음 속에 있음을 깨닫는다.

 

이 애니메이션은 추억을 안고 살아가는, 그리고 누군가의 못다한 꿈을 위해 살아가는 사랑가들에 대한 찬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꿈과 추억은 저 머나먼 무지개 드리운 폭포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영화는 차분하게 말한다.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당신을 사랑해주는 이들과 함께라면 꿈과 추억은 바로 거기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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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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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2017)

영화 2018. 2. 2. 18:01





 

 

 

코코 (2017), 리 언크리치

 

 

 


 

단순히 멕시코에서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리려는 의도를 내비치는 순간, 픽사는 우리를 저 멀리 아주 먼 세계, 그렇지만 우리와 늘 함께하는 세계, 그 곳에 우리를 데리고 간다. 순식간에 아름다운 장면들이 우리 눈을 훑고 지나간다. 그 곳도 그 곳의 생활이 있으며 그곳의 규칙들이 있다. 죽음의 세계라고 한다면 보통 슬픔의 무채색, 흑과 백의 세계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코코는 주황빛 꽃잎으로 이를 연결시켰으며 정말로 아름다운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표현이고 그렇기에 무거운 의미들을 가볍게 돌려 어린 이들에게 감정적 접근을 가능케 했다.

 

잊혀진다는 것은 슬프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지나간 사람들의 기억을 붙잡는 것은 때로는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대부분 필사적이지만 비참했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하더라도 가슴은 아프다. 내가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하루하루 알아갈수록, 내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사람인지 깨달아 갈수록, 붙잡을 수 없고 붙잡을 수 없어져 간다.

 

죽어 올라간 그들에게는 이 기회마저 절박하다. 이 절박함을 애니메이션 코코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가벼움과 경쾌함 속에 적당히 포개어 놓았다. 그래서 이들의 절박함을 느낄 때 그 아픔이 더 잘 전달되어 온다. 잊혀져가는 이들의 존재는 잊혀짐과 동시에 사라진다.

 

다만 이 애니메이션의 정교함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시각적인 미와 세련된 감정표현, 흥미로운 세계관은 좋은 부분이지만, 이들을 엮는 스토리는 투박한 편이다. 갈등의 원인을 음악으로 가져오면서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이에 대한 인물들의 견지가 개연성없이 바뀐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있어 음악이라는 갈등 요소가 오히려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편이다. 몰입도나 반전에 있어서도 아쉽고 산만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늘 한 걸음 씩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고,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고자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상은 아름다우며 감정 표현은 세련되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우리들의 잃어버린 동심을 잊지마라고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떠나간 이들을 잊는 것은 잊혀지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하고 아픈 것임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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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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