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형태 (2016)

영화 2018. 11. 19. 23:13




목소리의 형태 (2016), 야마다 나오코


사람을 마주하기 힘들어, 그래서 혼자를 자처한 가해자의 이기적인 속죄 이야기. 도대체 누구의 잘못이었던걸까. 아니면 누구의 잘잘못이었는지를 먼저 따져드는 것 자체가 이 사실관계들에 대한 몰이해인 것일까. 누구 하나 잘한 것이 없는 관계들이었지만, 이들은 어렸고 그렇기에 깨끗하고 순수한 마음들은 금세 얼룩졌으며 그 마음들은 오래 갔다. 어른들은 위선으로 외면하였고, 여과 없는 순수하며 솔직한 동심들은 서로를 할퀴어갔다. 이러한 동심들에겐 너무나 갑작스럽게 현실이 찾아왔고, 주인공은 이 현실로부터 도망칠 계획에 있었다.


나는 한때 내가 이 세상에 사라지길 바랬어. 온 세상이 너무나 캄캄해 매일 밤을 울던 날.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마음이 편할까. 모두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두려워.

그래도 난 어쩌면 내가 이 세상에 밝은 빛이라도 될까 봐. 어쩌면 그 모든 아픔을 내딛고서라도 짧게 빛을 내볼까봐.

이렇게라도 일어서 보려고 하면 내가 날 찾아줄까 봐


-나의 사춘기에게 中, 볼빨간 사춘기


주인공인 이시다 쇼야는 집단의 관성에 자신의 무게를 더하여 집단을 가로질러 지나쳐버린다. 그리고 모두의 얼굴을 외면한 채 자신의 존재에 대한 속죄를 완벽한 타인이 됨으로써 치르고 있었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건 자신에게 죄를 짓는 일인지도 몰라

-보통의 존재 中, 이석원


주인공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을 꼭꼭 닫고 살았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것은 자신에 대한 속죄가 될 수 있었을까. 내가 이 주인공에 공감하고 동정하는 것이 누군가를 괴롭힌 행동에 대한 미화에 동조하는 것일지라도, 나는 주인공에 공감하고 동정하고 싶었고, 그리고 위로해주고 싶어졌다. 얼마나 힘들었냐고.


"자신이 저지른 죄는 그대로 휙 돌아서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 죄를 짊어지고 벌을 받을 필요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영화 中, 주인공의 독백


주인공에게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눈을 감고 한발짝 다가간 만큼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도 그에게 한발짝 가까이 갔다. 주인공은 도저히 만회할 수 없었던 관계들을 필사적으로 몸을 던져 되돌려간다. 과연 나는 나에게 다가온 이들에게 주인공처럼 안심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그 원 안으로 들어가도 된다는 말일까. 라는 고민을 늘 하면서 살아온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민폐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나 혼자만의 이기적인 방어기제이고 자의식 과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는게 나는 그렇게도 조심스럽고 스스로가 답답할만큼 어렵더라. 왠지 스스로 마지막을 택했던 니시미야의 마음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두 주인공의 감정에 굴레을 풀어가는 것만이 아니라, 영상 속의 인물들 사이에 얽힌 실타래들을 풀어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영상으로 표현해놓아 좋았다. 알기 쉽게, 그리고 공감하기 쉽게, 그리고 그렇게 뜨겁진 않게. 절묘한 화면 연출과 사운드 어레인지는 마음을 울렸다.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기보다도 꼭꼭 닫은 문을 조금씩 열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그 깊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려주었다. 마음들이 너무 예뻤다. 너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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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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