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2018), 루벤 플레셔
가끔 열심히 말하고 있으면서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는지, 그리고 도저히 무엇부터 말해야할지 모를 때가 있다. 할 말이 있음은 확실함에도 무엇을 먼저 말해야할지, 아니 그전에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스스로도 도저히 정리하지 못하는, 정신없는 상황이.
베놈이라는 새로운 빌런 히어로의 탄생을 그리고자 함은 누구나 이해한다. 마블의 각 히어로 오리지널 스토리의 시작은 히어로의 탄생배경임을 모르는 이는 없으니. 말도 안되는 독특한 특징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려면 그럴듯하게 꾸며낸 개연성들로 관객들을 설득하여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개연성 부여에 힘쓰고 있다는 의도만이라도 영상에 녹여야, 허구의 히어로에 관객들은 인정하고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영상이 잘려나가서인지, 아니면 제작자들의 방만인지, 베놈의 이야기들은 급작스럽고 단순하며 부자연스럽다.
액션신에서만은 베놈이라는 빌런의 특징을 여실히 잘 보여준다. 슈트에 탑승한 것도, 그렇다고 완전히 동화된 것도 아닌 이중적인 결합이라는 특징은 전투신 내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투신으로 그나마 베놈과 에디의 신체와 감정의 이중적 결합상태. 완전한 하나의 몸이지만 언제든 다시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애매모호한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개연성을 위해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좋았겠다 라고 생각은 들지만, 영화 제작자와 배급사 사이에 어떠한 논의가 오갔는지, 현실과 타협한 제작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조금 더 고민하여 관객들에게 신선한 설득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재료를 너무나 단순하게 사용하여 아쉽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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