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2018), 브라이언 싱어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 한사람의 업적과 삶을 기리기 위한 느낌이라기 보다는, 그의 삶을 평면적으로 펼쳐놓고 극적인 포맷에 맞게 각색했다는 느낌의 영화이다. 퀸이라는 위대한 밴드의 프론트맨으로서의 음악적 성과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인간 프레디 머큐리의 삶과 고민, 그리고 그 속의 감정들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나는 느꼈다.



다른 록스타 지망생들과의 다른점은?

우린 부적응자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에요.


부모들이 이야기하는 좋은말, 좋은생각, 좋은행동? 그래서 행복하셨나요?

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해



출신, 외모, 사고 등 '파로크 불사라'는 영국의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는 구시대의 옳음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온전히 소통하지 못하였다. 가족들의 사랑은 그에게 닿지 못하였다. 그에게 세상이란 이러했고 음악과 밴드, 그리고 그의 연인은 이러한 세상으로부터 그에게 구원을 주는 듯 했다. 그는 철저히 파로크 불사라가 아닌 천재 프레디 머큐리로 살아갔다. 그리고 그의 천재적 영감과 창조능력은 그에게 부와 명예, 그리고 수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스스로를 프레디 머큐리로 치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그는 자기자신을 잃어버린듯 변해갔다. 그리고 그의 공허와 우울은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힘들게 한다. '감정'이라는 건 도대체 미움이 개입되지 않으면 깊어질 수가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프레디와 프레디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이들은 서로를 미워하게 된다.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미움은 서로가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주게 된다.


그럼에도 프레디를 진심으로, 정말로 사랑했던 이들은 그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공허와 우울의 늪에서 이 미움의 진심을 깨달을 여유가 없었던 프레디는 자신을 좀먹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날파리'들의 호의로 도피했다. 그리고 이는 그를 서서히 무너뜨렸다.


나에게도 '감정'이라는 것이 참 어렵긴하다. 나의 능력으로는 그 무엇도 풀 수가 없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무작정 달려들기에,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마음 속 깊이 답답함만 남기게 되는 것이 '감정'인 것 같다. 그리고 프레디는 진심으로 누군가들을 사랑했지만, 나는 그로 인해 주게될 상처와 미움이 두려워 그 깊이를 피해만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쓸쓸한 겁쟁이의 자기합리화에서, 이성적으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던 프레디가 이해되었고, 그가 멋있었다.



재회. 미묘하게 닿지 못하였던, 꼭꼭 숨기며 피해왔던 마음들이 녹아내리는 순간.

-쇼코의 미소 中 '씬짜오, 씬짜오'를 읽고 나서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사실의 온전한 고증이었는지는 몰라도,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사실 이해하게 됐다기 보다도, 서로에게 닿지 못하였던 마음들이 다시 닿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깊어졌던 미움과 상처 만큼, 이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사랑을 깨닫게되는 장면들의 위로와 감동도 깊었다. 그리고 영화는 자연스럽게 20여분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재현함으로서 그 감동을 증폭시켰다.


뭐 지루하다면 지루할 수 있고, 불편하다면 불편할 소지도 있겠지만은, 프레디라는 인물의 공허와 우울에 대해 공감해볼 수 있을 만큼 제작진과 배우는 이를 잘 표현해주었고, 위로와 감동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그 감정들을 잘 담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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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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