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펜서 (2018)

영화 2018. 3. 1. 22:30







블랙 펜서 (2018), 라이언 쿠글러







신성을 잃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전통과 신성을 지키며, 모순되게도 지구 최고의 과학수준을 유지하는 도시 와칸다. 신의 뜻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이 곳에 직격한 비브라늄 운석에 의해 이곳은 특별해졌고 특별한 만큼 특별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들은 은둔과 방관을 선택하였다. 은둔 중에도 부족은 서로 싸웠고 또 싸웠다. 어떻게 보면 동족이라 불러야할 이들은 서로에게 이빨을 내보인 채로 싸우다 하나의 리더를 받아들이고 나서야 서로 유대하였다. 


마블 유니버스 각 히어로들의 영화들이 재미있는 이유는, 적어도 느낀 점을 하나씩을 주는 이유는 제작자가 히어로를 통해 부각시키고자 하는 스토리가 혹은 메시지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캡틴 아메리카를 통해 뒤틀린 애국심에 대하여 얼마나 비꼬고 있는지는 마블 유니버스 영화 전반에 녹아있지 않는가. 코믹스러운 히어로에게는 웃음을 심어놓고 정말로 화려하고 멋진 히어로에게는 화려함을 심어놓는다.


블랙 펜서가, 아니 티찰라가 마블 유니버스의 하나의 히어로로서 어떤 특별한 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제작자의 의도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감상하여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영화 전반적으로 심어져있는 무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면서 영화를 감상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영화는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말했다.


블랙 펜서라는 영화와 티찰라라는 히어로에게 느껴지는 느낌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모순'이다. 영화의 모든 스토리와 와칸다의 이들, 티찰라의 행동들에는 모순이 심어져 있다. 동족 혹은 동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동생을 죽일 수 밖에 없었던, 하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오히려 하나의 생명을 앗아갈 수 밖에 없었던 모순. 그러한 아버지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증오 속에 있는 티찰라의 행동 속에서 똑같이 느껴지는 아버지의 행동들. 도대체 동족의 범위가 어디인지 알 수 가 없는, 동족 아닌 동족들을 지키기 위하여 다시 동족들을 죽이고 싸우는 와칸다의 모습들. 이 모든 장면들에 모순들이 심어져 있다고 나는 느꼈다. 자신들이 했던 모순되는 모든 행동들을 마치 일부러 망각한듯 마지막에 당당히 국제구호센터 터를 보며 웃는 왕족들의 미소는 소름끼쳤고, 마치 자신들이 이제는 정당하게 방관을 그만두고 동족들을, 어려운 이들을 구하겠다는 왕족의 선언 또한 소름끼치도록 모순되었기에 미웠다. 어려운 이들을 섬겨야 하는 이들에게서 선은 느껴지지 않고 모순적이고 독단적인 우월감만이 느껴졌다. 그저 운석이 그곳에 떨어졌을 뿐인데 말이다.


티찰라는 히어로의 모습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한 나라의 적법한 지도자의 모습도 아니었다.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억지를 만들고, 반대로 자신에게의 화살은 와칸다를 위하는 것이라는 하나의 변명으로 정당화한다. 위대한 왕이 되고자 하지만 자신의 행동들에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위대한 일들에의 고집은 꺾지 않는다.


영상은 오묘하며 아름답다. 와칸다와 비브라늄의 이미지는 일관되게 관객에게 다가와서 좋았고, 그들의 전통 또한 이질감 없이 표현되어 있다. 와칸다의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게 되어 눈이 즐거웠다.


다만 불편한 영화였다. 영화는 시원시원한 액션 대신 기분나쁜 불편함들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이렇게 기분나쁘게 불편한 이유는 역시, 현실도 그렇게 다르게 흐르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 때문일 것 같다. 아마 제작자의 의도가 이러한 비꼼에 있었다면 성공적인 영화였지 않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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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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