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2017)

영화 2018. 2. 2. 18:01





 

 

 

코코 (2017), 리 언크리치

 

 

 


 

단순히 멕시코에서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리려는 의도를 내비치는 순간, 픽사는 우리를 저 멀리 아주 먼 세계, 그렇지만 우리와 늘 함께하는 세계, 그 곳에 우리를 데리고 간다. 순식간에 아름다운 장면들이 우리 눈을 훑고 지나간다. 그 곳도 그 곳의 생활이 있으며 그곳의 규칙들이 있다. 죽음의 세계라고 한다면 보통 슬픔의 무채색, 흑과 백의 세계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코코는 주황빛 꽃잎으로 이를 연결시켰으며 정말로 아름다운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애니메이션이기에 가능한 표현이고 그렇기에 무거운 의미들을 가볍게 돌려 어린 이들에게 감정적 접근을 가능케 했다.

 

잊혀진다는 것은 슬프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지나간 사람들의 기억을 붙잡는 것은 때로는 또 다른 관계를 만들어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대부분 필사적이지만 비참했다. 어쩔 수 없다 생각하더라도 가슴은 아프다. 내가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하루하루 알아갈수록, 내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사람인지 깨달아 갈수록, 붙잡을 수 없고 붙잡을 수 없어져 간다.

 

죽어 올라간 그들에게는 이 기회마저 절박하다. 이 절박함을 애니메이션 코코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가벼움과 경쾌함 속에 적당히 포개어 놓았다. 그래서 이들의 절박함을 느낄 때 그 아픔이 더 잘 전달되어 온다. 잊혀져가는 이들의 존재는 잊혀짐과 동시에 사라진다.

 

다만 이 애니메이션의 정교함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시각적인 미와 세련된 감정표현, 흥미로운 세계관은 좋은 부분이지만, 이들을 엮는 스토리는 투박한 편이다. 갈등의 원인을 음악으로 가져오면서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이에 대한 인물들의 견지가 개연성없이 바뀐다. '가족'이라는 관계에 있어 음악이라는 갈등 요소가 오히려 개연성을 떨어뜨리는 편이다. 몰입도나 반전에 있어서도 아쉽고 산만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늘 한 걸음 씩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고, 새로운 것들을 표현하고자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상은 아름다우며 감정 표현은 세련되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우리들의 잃어버린 동심을 잊지마라고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떠나간 이들을 잊는 것은 잊혀지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하고 아픈 것임을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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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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