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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1919)

도서 2015. 8. 2. 10:44





데미안 (1919), 헤르만 헤세



그저 경이로웠다.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도 살면서 한 번쯤 혹은 몇 번은 경건과 감사라는 미덕과의 갈등에 빠지는 일을 겪게 마련이다. 누구든  한 번은 자기를 아버지로부터, 스승들로부터 갈라놓은 걸음을 떼어야한다. 누구나 고독의 쓰라림을 조금은 느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견뎌 내지 못해 금방 그들 밑으로 다시 기어든다 하더라도 말이다."

                                                                     -소설中


첫번째는 '공감'이었다. 내가 청소년의 때에 이 책을 읽었다면 공감을 그리 많이 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감각의 지평은 넓어졌을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에 감각의 확장은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넓어지기에는 너무나도 예민하기 때문이 아닐까. 청소년 시기를 거쳐 20대 초중반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내가 이 책에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첫번째 이유. 이 책의 체험적인 요소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빨랐어도, 조금만 느렸어도... 그렇게 놀랍지는 못하였을 것 같다. 스스로를 혼자라 생각하는. 그러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고독에 침잠함으로서 자신의 자존감을 한없이 끌어올리는 싱클레어의 모습에서. 끝없는 충동에 고뇌하고 당연하듯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라는 껍질에 고민하고 한번 깨보려하는 그의 모습에서. 매번 동경의 대상을 바꾸어 가며 그에게 가까워지려는, 오히려 그럼으로서 그로부터 벗어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슬프면서 기뻤다. 싱클레어는 자신을 혼자라고 하였지만, 난 혼자가 아닌거 같았다. 그런 위로가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처럼 비현실적으로 사는거지. 바깥에 있는 것들을 현실이라 여기고 자기 안에 있는 그들 본연의 세계는 입도 뻥긋 못하게 하니까."

                                                            -소설中


두번째는 '표현'이었다. 누가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200페이지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이야기임에도 그의 몇 배에 해당하는 농도를 느꼈다.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표현들의 향연이었다. 이러한 표현을 읽고 있자면 그것을 음미하며 천천히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괴테가 "번역은 아름다우면 충실하지 않고 충실하면 아름답지 않다" 라고 했던 말은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실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 휙 들려 올라가 공중에 내던져진 것이었다. 비상하는 느낌은 근사했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까마득한 높이로 치솟아 오른 것을 보자 그것은 곧 두려움으로 변했다.'

                                                            -소설中


이 책은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이름으로 출간이 되었고 한동안 이 책의 저자는 헤르만 헤세가 아니었다. 아마 그의 삶과 싱클레어의 삶을 비교해 본다면 헤세 자신이 되고자 했던 삶을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썼던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자신의 이력이 저자라는 이름으로 작품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고자 함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세계로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끌어내라고 싶지는 않았으리라.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은 헤세의 이상이 담긴 책이 아닐까 싶다. 비록 그가 실제로 도달하지는 못했던 안타까운 그 이상을. 나 또한 그렇다. 내가 이 책에 공감을 하는 것이 내가 싱클레어였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싱클레어가 아니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헤세는 자신의 고독을 불쌍히 여겨 그 고독에게 이 책을 선물한 것은 아닐까.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안갯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하다

덤불과 돌은 저마다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다 홀로다.


내 인생이 아직 밝던 때는

세상은 친구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 안개 내리니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어쩌지도 못하게

슬그머니 떼어놓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이는 모든 면에서

진정 현명하다고 할 수 없다.


안갯속을 거니는 것은 신기하다

산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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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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