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배신 (2009)

도서 2015. 8. 8. 13:05






긍정의 배신(2009), 바버라 에런라이크





긍정이라는 말. 그러니까 positive 라는 단어에는 수많은 의도와 의미가 담겨있다. '할 수 있어 할수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노력하는 사람을 긍정적이다라고 할 수 있고, '아 뭐 이 정도면 됐지~' 라고 하면서 노력을 멈춰버리는 사람에게도 긍정적이다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긍정적이지만 취하는 행동은 정반대이다.


그렇게 때문에 내가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꽤나 흥미로우면서 충격적이었고, 도발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책의 시작의 두 추천사와 1장은 읽지 말았어야 햇다.)


그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추천사와 1장을 읽는 내내 실망감과 배신감에 휩싸였다. 추천사는 책을 읽었나 싶을 정도로 의미없는 찬사와 자기의 의도를 나타내기 위한 합리화의 근거로 뒤덮여있었으며 (한명숙이라는 분은 참...) 이 책의 원제는 'Revenge of Positive mind' 가 아니라 'Bright-Sided' 였다. 이 책은 positive mind 자체에 반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optimism과 긍정심리학, 낙관적 사고방식에 대한 반박을 위해 쓰여진 책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반박을 하는 대상도 현실적이고 한정적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초반부를 제외한 3장부터의 내용은 미국의 긍정주의의 역사를 꽤나 잘 정리한 편이다. 칼뱅주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칼뱅주의와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문제, 신사상의 도래 그리고 심리학과 긍정심리학의 태동을 쉽게 잘 써놓았다.


[세상의 변화속도보다 그 변화에 대한 분석이 빨랐던 때에는 일들과 문제들을 분석하고 충분히 검토한 후 문제점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분석 시 비관적인 요인이 보이더라도 납득하고 대응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져 수시로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모든 일들과 문제들을 분석하면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즉 직관으로써 직면한 문제에 대한 판단을 즉각적으로 내려나가야했다. 성공한 CEO들은 여지껏 실패없이 대부분의 판단을 성공적으로 마친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생각을 모두 현실화 시킬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대우와 급여 그리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그러니 자신들이 '신'이 된 셈이다. 직관을 맹신한 나머지 분석에 의한 비관적 전망을 무시하게 되고 긍정적, 낙관적인 의견들만 받아드리려 하였다. 결국 이러한 보수성 때문에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저자 본인도 상세히 책에 적어 놓고 (매우 좋은 설명이었다.) 이를 이른바 '긍정의 폐해'라는 식으로 자신의 설명을 무시하는 듯한 설명들을 늘어놓는다. 아주 좋은 위같은 설명을 책에 적어 놓고도 말이다. 이것은 긍정의 폐해라기 보다는 인간의 보수성의 폐해라고 보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다.


고용주/기득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운사이징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긍정주의를 사용했다고 꼬집은 점.

현 긍정심리학과 자기계발서, 긍정적 동기부여 강의 사업의 결탁과 비과학성&비지니스적인 성향 그리고

번영 신학에 대한 비판

몸과 마음은 인과관계에 대한 결과가 무위 결과라는 사실


등등 저자는 경제 위기와 실업률 상승 등 현재의 부정적인 경제 상황을 optimism의 문제점과 연관시켜 설명하였다.

감정적인 판단을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이 책의 많은 부분이 감정적인 반박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자기계발서와 긍정심리학에 대한 비판이 이루어지는 것에 반해 자신의 견해에 대한 논문이나 통계자료의 활용보다는 감정적 호소 위주라는 것도 아쉬웠다.


"실제로 부정적 사고는 긍정적인 사고만큼이나 망상이 될 수 있다. … 이런 두 가지 경향에 대한 대안은 우리 자신에게 벗어나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책 中


"긍정적 사고는 끊임없는 경계의 필요성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경계의 방향을 내부로 돌린 것에 불과하다."

                                                                                                         -책 中


무엇보다도 아쉬운 것은 정말 좋은 책이 될 뻔 했음에도 저자 본인의 욕심들로 인해 쓸데없는 내용과 근거, 감정적 호소들로 인해 위와 같은 좋은 분석과 날카로운 견해들이 빛을 바래버렸다는 점이다.

글의 내용물과 핀트를 뒤트는 한국 제목이 크게 아쉽고 긍정주의에 대한 반박보다는 방어적 비관주의에 대한 타당성을 위주로 글을 전개해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적을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니 자신의 칼이 무뎌졌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p.s) 알렝 드 보통의 '불안'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책... 나는 누구에게나 '불안'을 추천할 것이지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인과 바다 (1952)  (0) 2015.08.10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885)  (0) 2015.08.09
데미안 (1919)  (0) 2015.08.02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09)  (0) 2015.07.30
톰 소여의 모험 (1876)  (0) 2015.07.26
Posted by 목이긴낙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