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2016), 최은영
담담한 듯 무던하게 속을 가득 채운 최은영의 단편소설 꾸러미. 현대인의 묘한 심리상태를 기가 막히게 묘사하였고 인간관계에 대한 바램과 현실의 괴리에 대한 공감이 잘 담겨져 있다. 계속된 대비 속에서도 드러나는 현대인의 모순된 심리상태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모순되기에 더 진짜 같았다.
나는 쇼코의 웃음에서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쇼코는 정말 우스워서 웃는게 아니라, 공감을 해서 고개를 끄덕이는게 아니라, 그냥 상대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그런 포즈를 취하는 것 같았다.
-쇼코의 미소 中, 최은영
이 책이 재밌는 이유는, 계속 집중해서 읽게 되는 이유는 '공감'에 있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들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문장들로 나열되어 있다. 우리는 그 속에서 문장들에 대한 거부감 없이 그 감정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만큼 작가는 감정을 잘 담아내었고 그러한 현실에서의 불편한 감정들을 잘 캐치해놓았다. 나만이 느꼈을 거라는, 나만이 힘들었을거라는 그러한 감정들이 보편적인 평범한 감정들이었다는 것에서 위로를 받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누구나 그렇구나 라고.
처음에는 투이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그애가 다시 돌아온다는 걸 알고는 나도 내 속도대로 걸었다.
…
여느 때처럼 다시 내 쪽으로 돌아오리라고 생각했지만 그 애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쇼코의 미소 中, 최은영
그래서 읽고 있으면 궁금증이 생긴다.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감정들과 드라마들을 이렇게도 현실감있게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것처럼, 아니 그것보다도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저자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인물들을 그리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문장 하나 하나가 내게는 공감 그 자체였다. 인간관계를 믿을 수가 없어서, 도무지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던 상황에서 모든 글자들이 내 마음을 바스라뜨리고 지나갔다. 마음에 꽉 막힌 무언가가 있는데 도무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마음 속의 울음이 지속된 채로 읽어 나갔다.
수수하고 꾸밈없는 문체 속에서 담담하게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을 아무런 역량적 부족함이 없이 담아낸 것 같아 좋았다. 문장 하나 하나 내가 소비해 나가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들은 좋았고 내 마음을 비집고 들어왔다. 나는 그 문장들을 다시 느끼려 읽은 곳을 읽고 또 읽었다. 지금 나에게 조각난 가치관들을 이어줄 것이 과연 '사실'일까, '신념'일까, '공감'일까 라는 고민 속에서 나는 '공감'이 정말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들을 해결해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이 좋았다.
그는 언제나 내가 자신을 '만나주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말은 나를 당황하게 했고, 그를 조금 경멸하게 했으며, 무엇보다도 그에대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구를 만났더라도 그렇게 이야기 했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자기자신을 과소평가했고, 겸손을 넘어서 가혹할 정도로 자신에게 인색했다.
내가 이 남자에게서 나를 강하게 느낀 것은, 공감하는 것은 내가 혹은 이 남자가 특이해서가 아니라 모든사람이 이러한 고민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사람에 자신이 없는 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는 건 누구나겠지.
-쇼코의 미소 中 한지와 영주를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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