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1943),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눈물나게 아름다운 순수함의 멜랑꼴리
슬프다. 정말 가슴 먹먹하게 만드는 생텍쥐페리의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정말 감명깊게 읽었다. 이 책을 쓰고 1년 뒤 어린 왕자에게로 떠나버린 저자를 생각한다면 이 책의 멜랑꼴리함는 더욱 더 크게 느껴지는 듯 하다.
어린 왕자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생텍쥐페리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쟁을 겪고 망명을 해야만 했고, 비행 중에서의 수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그의 마음 속에서는 사람들간의, 나아가 존재들간의 진정한 관계는 무엇인가 에 대한 울부짖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것을 그는 어린 왕자라는 인물을 통해 찾고자 했다.
동화 치고는 밝지 않은, 암울한 분위기와 진지함 그리고 마지막의 깊은 여운과 가슴 먹먹함은 이 책의 깊이를 더해준다. 어린왕자의 지구까지의 여정은 세태를 묘하게 꼬집으면서도 어린왕자의 순수한 모습을 재밌게 보여준다. 어린 왕자의 순수함 앞에서 자신들의 바오밥나무를 뽑내는 어른들의 모습은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에 대해 이해성이 있어야 한다.'
-어린 왕자 中, 생 텍쥐페리
하지만 어른들은 벌써 어린 왕자의 별을 너무 작게 만들어 버렸다. 어른들 때문에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이해해버리는 것은 너무 슬픈 것이다. 그것은 어린이들의 별을 너무나 작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어린 왕자는 그 작은 별을 포기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바오밥나무(어른들)의 침투에도 굴하지 않고 맞선다. 그리고 그 대신에 그는 단 하나의 희망(장미)인 '사랑'을 심는다. 불행하게도 지구에 와서야 진정한 의미를 깨닫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는 불행하게도 상자를 꿰뚫어 양을 볼 줄 모른다.'
-어린 왕자 中, 생 텍쥐페리
세상에서의 많은 사람들은(나를 포함한) 뱀 속의 코끼리나 상자 속의 양을 꿰뚫어 볼 줄 모른다. 아니 모르게 된다. 주인공이 6살 때 겪은 좌절은 우리가 만들어진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반성하는 마음을 다잡았다.
너무 슬펐다. 내가 그렇기 때문에 슬펐고 세상이 그렇기에 슬펐다.
이 말로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다. 너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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