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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30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09)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09), 요나스 요나손





'나의 할아버지는 청중을 휘어잡는 재능이 있으셨다. 코담배 냄새를 물씬 풍기며 지팡이에 몸을 비스듬리 기댄 채 벤치에 앉아 계시던 그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떠 그분의 손주인 우리가 입을 헤벌리고서 하던 질문도 아직 귀에 생생하다.
《할아버지  그게  진짜 정말이에요?》

《진실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단다》라고 할아버지는 대답하셨다.

이 책을 그분에 바친다.'

                                                                -요나스 요나손, 소설 中 머리말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고 최근엔 영화화까지 된 요나스 요나손의 첫번째 이야기.


100살이라는 주인공의 나이답게 한 세기의 역사와 함께 살아 숨쉰 알란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담은 책이다. 늘 그렇듯 이런 모험기의 주인공은 유쾌하기 그지없고 뛰어난 기지와 의도치 않은 생존 본능, 엉뚱함으로 세상을 발칵 뒤집으며 전진한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만큼, 대중성은 이 책의 크나큰 매력이 된다. 짧지 않은 이야기를 요나손의 뛰어난 재담능력으로(아마도 그는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나보다) 뻑뻑하지 않게 채워놓았다. 처음에는 사건의 시간 교차적 배치가 소설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생겼었지만 이러한 서술 방식때문에 저자는 영리하게도 독자들이 호기심의 끈을 끝까지 유지하게 만든다.


'아론손은 뒤죽박죽 그 자체인 이 사건 가운데서 진실을 찾아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점점 강해지는 걸 느꼈다. 그냥 이 상태 이대로가 좋았다. 왜냐하면 인생 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그 자체로 온전하니까.'

                                                                                        -소설 中


주인공의 삶을 쭉 함께 하면서 통쾌하게 웃거나 훈훈한 모습에 공감도 하고 엉뚱하기 그지없는 그의 생활방식에 나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 않고 몇몇 부분은 측은한 생각까지 들긴 하지만 《진실만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을 자격이 없단다》라는 요나손의 할아버지의 멋들어진 대답처럼 나는 그런 것에 사소한 감정들을 꺼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일들에서 재미를 느끼고 유쾌함을 간직하는 것이야 말로 이 이야기를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머리말부터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재밌는 마술을 볼 때 인상 찌푸려가며 나의 모든 의심을 끄집어 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해서 '꼭 이 책이어야만 한다'는 이 이야기에 대한 소중함은 적다. 이러한 책은 옛날에도 많았고 현재까지도 비슷한 책은 얼마든지 소개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가 진실만을 우리는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100세 노인 알란 칼손은 늘 씨익 웃으며 어딘가로 가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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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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