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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1859)

도서 2015. 8. 21. 00:43






두 도시 이야기 (1859), 찰스 디킨스





귀족과 농민들간의 갈등. 이를 뒤집으려는 이들의 광기. 프랑스의 귀족과 농민간의 뿌리깊은 갈등은 결국 그 임계점에 도달해 농민들은 자신들에 대한 착취와 불평등 그리고 자유에 대한 억압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혁명을 일으킨다. '자유'를 향한 프랑스 시민들의 의지였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자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 것도 없었다. 모두들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소설 中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 시민 혁명 전과 후의 프랑스와 영국의 이야기이다. 그 시대와 멀지 않은 시간에 살았던 찰스 디킨스는 서문에서 그는 가장 믿을만한 프랑스 혁명의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이 소설을 썼으며 독자들이 그 당시의 무시무시한 시대 상황을 쉽고도 생생하게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그의 말대로 소설을 읽는 동안 그가 보여주려고 하였던 시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암흑빛 불꽃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은 꽤나 긴 분량과 긴 시간을 서술하고 있다. 주인공인 은행원 로리는 중년의 신사로 시작해서 이야기 끝부분에선 여든을 바라보는 노신사가 된다. 그 만큼 혁명의 전과 후의 두 도시(나라)의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다양한 사건들을 서술하면서 그가 마지막에 하고자 했던 말들을 마무리 짓는다. 바로 일전에 읽었던 보르헤스의 '픽션들'과는 상당히 대조된다. 찰스 디킨스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만큼 충분히 자세하게, 끈기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이러한 그의 서술 방식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 이 소설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놀랄 수 밖에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과 그것을 위한 적재적소의 편집능력과 복선이 두드러진다. 소설이 짧지도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이러한 그의 치밀한 기술적인 요소가 오히려 전개에 대한 예측범위를 좁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겠다. 찰스 디킨스는 예상치 못한 반전을 넣기보다는 짜임새 있게 시대극을 펼치고 싶었던 것 같다. 예상된 전개에서 오는 은은한 감동과 몰입도 강렬한 놀라움만큼이나 재밌는 것이기에. 책을 덮을 때의 가슴 먹먹한 감동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기운을 내요, 아가씨! 기운을! 이건 업무일 뿐이에요! 최악의 순간은 금방 지날 겁니다. 그저 문턱을 넘으면 돼요. 그러면 최악의 순간은 끝나는 거에요. … 이건 업무일 뿐이에요. 업무!"

"그저 업무일 뿐이에요, 업무!" 하지만 업무와 상관없는 눈물이 그의 뺨 위에서 반짝거렸다.

                                                       -소설 中


그는 루시를 위로하려고 했지만 몸에 배인 절망과 자기 비하로 그만 분위기를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갔다.

"아닙니다. 마네트 양, 꿈을 꾸는 동안 저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고 무가치한 인간인지 알았습니다."

                                                       -소설 中



찰스 디킨스는 여러 가지 장치들로 인물들의 특징들을 영리하게 나타냈고 이들은 모두 사건의 진행과 변화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인물들 저마다의 트라우마나 열등감, 고난의 기억들이 사건들을 지배한다. 그가 소설의 '짜임새'에 얼마나 인위적인 관심을 쏟아부었는지 또 한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장치들을 하나하나 모두 꺼내놓다 보니 소설은 필요 이상으로 두꺼워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땐 디킨스의 방식이 이해가 되었다. 카턴의 방식에 대한 연민이 아니라 그의 행동에 대한 이해와 감동이 내 마음을 지배한 것은 이러한 그의 장치들 덕분이었다.


주인공 로리의 태도와 다양한 심리 상태를 표현한 그의 말버릇이 굉장히 재밌게 표현되어 있다. 그는 늘 주인공들의 동료로서보다도 텔슨 은행의 은행원으로서 업무상의 명목과 의무에 따라 행동하려한다. 이는 개인주의적인 현대 정서에 대한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억지로 사적인 감정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로리의 마음과 사무직에 대한 그의 자부심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종종 그리고 소설이 진행되면서는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되고 오히려 로리는 감정이나 의리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의 대외적인 행동들, 그렇지만 그 속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이 잘 표현되어있다.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디킨스는 귀족들의 부당한 착취와 탐욕적인 처사를 여러 군데 풍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혁명을 일으킨 프랑스 시민들의 자유를 향한 고고한 의지를 찬양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도 결국 귀족들과 다를 것이 없는, 오히려 분노로 인해 잔인한 광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자유를 향한 푸른빛 물결이 아닌 피비린내 나는 그들만의 살육의 축제로 표현하였다. 저자도 결과론적인 프랑스 혁명의 의의를 부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지나쳤음을 고발하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 숭고한 의도와 부당한 일들의 원인으로도 그것들을 덮을 수는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다른 갈등과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현재 금권주의 사회에서 우리 시민들의 올바른 태도도 한번 생각해 볼 일인거 같다. 당연한 것들도 지켜지지 않는 부당한 상황에 대한 맞섬이 자칫 광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광기는 우리의 목적 의식을 불태운다. 현재 기업과 노동자들의 갈등 속에서 기업이라는 금권으로 인해 일어나는 부당한 처우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노조라는 이름 뒤에 숨어 본래의 목적을 잃고 자신들의 광기에 도취된 '프랑스 시민'들이 얼마나 많은지. 고쳐져야 할 것들이 두 집단에게서 얼마나 잊혀져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무고한 시민들은 얼마나 희생되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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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목이긴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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