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거래 (2010), 류승완
적절한 현실 풍자에 긴박감을 더한 한국형 범죄 영화.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의 감독인 박훈정 감독이 시나리오를 맡았고 거기에 류승완 감독의 속도감 있는 연출이 그 시나리오를 더욱 빛나게 하였다.
네이버에 이 영화를 검색하면 가장 위에 뜨는 코멘트가 '야 너 유병언 시체해라' 이 말인데 우스갯소리이면서도 이 영화를 기가 막히게 함축하기도 하였다고 생각한다. 인물들과 직업(신분)의 현실감 있는 해석과 배우분들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해관계와 거기에 얽힌 수많은 목숨들이 쉴새없이 죽어가거나 살아난다. 이러한 변칙적인 플롯 구성이 식상해질 만한 사건들에 끝까지 긴장감을 부여한다.
특별히 뚜렷한 선과 악 구도는 드러나지 않지만 거시적으로는 '권력가들과 일반 시민' 의 구도를 유심히 살펴볼 수가 있다. 권력가들과 그 졸개들의 물고 물리는 더러운 이해관계와 더불어 끊임없는 이들간의 부패의 행태와 거짓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면서 이들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일반 시민들의 '정직함'이나 '선함'을 비추어 볼 수 있게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 정직함과 선함 그리고 억울한 피해자로 대표되는 자 마저도 자신의 아주 추악하고도 비열한 짓들을 숨기기 위해 거짓을 행했고 억울한 척 연기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검찰과 경찰, 그리고 건설업계의 행태에 거리감을 두며 그들의 행위들에 혐오감을 느끼고 있던 관객들로 하여금 '그러지말고 봐봐, 너희들도 다를 게 없어" 라는 말을 박훈정 감독은 하고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세계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발명가를 중심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돌아간다. 그렇지만 군중과 명성은 배우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中, 프리드리히 니체
밝은 것 하나 없는 이 영화에서 무수히 많은 명연기와 명대사가 쏟아져나왔고 아직도 어느 대사는 지구에서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인간들의 비열한 행태를 기가 막히게 비꼬는 말로 수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영화의 특정 권력가들만의 추악하고 비열한 행태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한 발짝 떨어져 '우리, 즉 일반 시민들은 어떠한 눈을 가지고 있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일이다. 세상은 발명가들을 중심으로 변해가지만 우리는 배우들만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속았다는 분함과 그 분함이 오로지 배우에게만 향하는 착오가 생기는 것이다. 비록 영화이지만 이 영화가 이런 현실풍자성를 가지게 한 장본인은 '그 소수의 인물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도' 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변화는 저 멀리 큰 힘들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저 아래 바투 작은힘들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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