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2016)
시청각 자극으로 인한 일시적 과몰입 상태 #1 (20180924~20180925)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불안해진단 말이지, 내가 내가 아니게 되고 발 밑이 빙글빙글 돌고 망설이는 사이에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게 돼."
"나는 혼자서 뭘 하고 있는건지. 되돌아보면 '결혼합시다'라든지, '애인이 됩시다'라든지, '허그를 합시다'라든지, '허그를 가불해달라'든지 그 모두가 내 일방적인 요구였고, 다정한 사람이기에 받아들여주시긴 하지만, 늘 항상 내가 먼저 말을 꺼낸다. 지쳤어."
현실의 어느 순간에도 진심이지 못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나는 '감정'이라는 복잡한 퍼즐을 사실 풀 줄 모르고 풀어낸 적도 없다. 혹자는 이런 나를 '눈치 없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렇게나 그럴듯하게 감정이라는 퍼즐이 풀려나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그것이 솔깃하며, 반대로 나 같으면 실제로 이 퍼즐을 절대로 풀 수 없겠다는 흥미와 자조를 얻곤 한다. 이런 시청각 자극은 가끔 나를 갱신시켜준다고 스스로 생각하고는 있다.
"모른다는 건 무섭다. 난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얼마나 상처입혀 온걸까. 어쩌면 미쿠리 씨도 내 생각없는 말과 행동에 상처를 입거나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기묘한 관계라도 의지가 있다면 이어갈 수 있다.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한,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이대로 유지해 갈 수 있다."
가만히 있는 것이, 그럼으로 벽을 허물지 않아 안전하다는, 피해를 주고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착각이. 누구에게는 정말로 섭섭한 것이고 지치는 것이고, 이기적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어째서 이토록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걸까. 어째서 이토록 나는 작은 남자인걸까."
그럼에도 만약 그랬다면, 그러고 있다면, 섭섭하게 하고 있다면... 이라고 생각해봐도 그 이상의 솔루션을 찾지 못하고 오히려 더 숨을 생각만 하게되었다. 숨어버리면, 피해버리면 아에 그런 일들 조차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어째서 이토록 작은 남자인걸까 싶지만, '작은 걸 낸들 어떡해' 하는 한심함마저 이제는 뻔뻔한 침잠으로 그저 가리고 싶을 뿐이다.
이렇게 도망치는 것이, 도망치고 있는 내가 부끄럽다. 도망치는 것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냥 부끄러움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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